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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들고 갑질 시달리는 간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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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지나가자 2021. 2. 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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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들고갑질시달리는간접고용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상담사들

“고객 상담 2분 30초 지나면 신호 보내 눈치...양질의 상담 어려운 구조”

민중의소리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1-02-08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노동자 노동건강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노동조건 개선 및 직영화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1.02.08ⓒ김철수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2020년 한국 산업의 서비스 품질지수(KSQI)' 콜센터 부문 조사에서 10년 연속 공공기관 우수 콜센터로 선정됐다. 하지만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건강보험공단 소속이 아닌 11개 민간위탁업체 소속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상시적인 업무 중 하나인 상담을 민간에 떠넘겨 놓고는 대외적으로 '우수 콜센터'라고 홍보하고 있는 격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상담사들은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민간업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노동환경은 열악해지며 고객센터 본연의 임무인 상담도 부실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담사들이 처우 개선과 공단의 직고용 등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감정노동에 골병 드는 노동자들...공단은 '나 몰라라'

2017년에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 입사해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든 상담사 김하나 씨는 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간접고용으로 인한 열악한 노동 실태를 폭로했다.

김 씨는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민간용역업체들이 2년마다 도급 계약으로 11개의 업체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적'이라는 이름으로 상담사를 옥죄는 여러 가지 항목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면 무조건 1초 안에 받아야 하고, 한 콜이 끝나면 그 고객과 어떤 상담을 나누었는지 간단히 내용을 남기면서 지사로 업무 요청을 해야 하는 것들은 이관까지 15초 내에 끝내고 다음 콜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민원인들에게 충분한 상담을 해줄 수가 없다고 김 씨는 고백했다. 그는 "한 분, 한 분께 정성을 쏟고 상담을 하다 보면 통화 시간이 5분이 넘을 때가 있는데, 이때부터는 관리자들이 실시간으로 제가 통화하는 내용을 청취하고 7분 이상이 되면 전화를 빨리 종료시키기 위해 채팅이 계속해서 올라온다"고 폭로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홈페이지에 불친절 글이 올라오면 나의 인센티브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업체 평가에도 나로 인해 악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김 씨는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상담사가 모든 부담을 떠맡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민원이 곧바로 처리되지 못할 경우 상담사들이 이른바 '욕받이'가 된다는 것이다. 김 씨는 특히 "하루에 전화 받는 총 콜 중에 지사로의 호전환은 3%를 넘지 않아야 실적에서 차감되지 않는다"며 상담사들이 나홀로 민원 처리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배경을 전했다.

6년 차 상담사인 안경애 씨도 자신에게 폭언을 하던 민원인으로부터 억울하게 고소까지 당했음에도, 공단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모른 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안 씨는 "(심지어 사측의) 팀장은 '공단에서 주시하고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며 상처받은 피해자에게 소금을 뿌렸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하청업체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며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 씨는 이후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고, 현재도 사건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민원인에게 억울하게 폭언을 들을 때) 저는 공단의 업무를 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경고음인) ARS를 송출했다"며 "공단에서 고객(민원이)이 경찰에 고소한 초기단계에서 잘 대응했다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그저 에피소드로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이렇게 큰일이 되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건강보험을 통해서 국민들이 혜택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줄 내용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국민들은 자세히 내용 모르니 한 번, 두 번 질문을 한다"며 "그럴 때마다 상담사는 눈치를 보게 된다. 2분 30초가 지나는 순간 상담사와 함께 고객의 질의 내용들을 함께 모니터링하던 팀장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상태로 국민들에게 정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 저희는 자신할 수 없다"며 "그래서 국민들이 전화할 때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결과, 대부분 '우울증 위험군'으로 분류

이처럼 끊임없이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상담사들의 건강상태는 대부분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건강한 노동세상(노동안전보건단체) 등이 지난해 8월 전체 조합원 978명을 대상으로(응답률 81.4%, 796명) 설문 조사를 진행해 이날 발표한 결과를 통해서다.

그 중 우울증 평가 척도인 PHQ-2로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85%가 우울증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는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우울증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정밀한 우울증 조사와 진단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감정노동의 영역별 수준의 위험빈도를 살펴보면, '고객응대의 과부하 및 갈등' 영역에서 93.9%가 위험 수준에 해당되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조직 감시 및 모니터링' 영역에서 92.8%, '감정 부조화 및 손상'이 84.5%, '조직의 지지 및 보호체계'가 78.4%, '감정조절의 노력 및 다양성'이 67% 순으로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또한 대부분의 응답자가 업무 중 고객·관리자·동료·공단직원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나 인격무시 발언, 욕설, 성희롱 등의 업무상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공단이나 민간위탁업체 차원의 보호조치나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예방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시간 앉은 자세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고객센터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통증 호소자도 무려 99.4%(한군데 이상 통증 호소)에 달했다. 이는 육체적 노동 강도가 높은 제조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보다 비율이 높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건강한 노동세상' 측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감정노동 위험군에 속하며, 육체적·정신적으로 소진되고 있어 충분한 휴식만으로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강한 노동세상' 측은 "1일 평균 콜수는 120콜 미만이 36%로 가장 많았고, 140콜 미만이 29.6%, 140콜 이상도 10%로 높게 나타났다"며 "콜 처리 건수는 업무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업무량과 임금이 직접 연결되는 억압적인 노동환경에서 일한다"고 지적했다.

상담사 김 씨 역시 실제로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환을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 때문에 여러 군데 병원을 전전하며 생각해보니 '마음의 병으로 인해 몸이 아픈 것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낱 고객센터 직원인 나는 그 어디에서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자격지심을 느낀다"며 "하지만 또 이 감정을 숨기고 다친 마음을 회복할 새도 없이 친절한 음성으로 바로 다음 전화를 받는다"고 성토했다.

 

"결국 직고용이 답" 파업 돌입한 노동자들

노조는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노동의 아웃소싱으로 인한 이윤창출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국가 제도로부터 소외받지 않도록 하는 공공성에 있다"며 "성과경쟁으로 치닫는 고객센터의 전반적인 관리시스템의 전면 개선과 고객센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접 운영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본적으로는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건강보험공단에 직고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태의 부위원장은 "국민들은 건강보험공단에 전화했는데 왜 우리는 민간업체 소속으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을 해야 하고, 건강보험공단 본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이중으로 당해야 하느냐"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노동자들이 결국 파업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공공기관 정규직 정책이 건강보험공단 상담사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며 "건강보험공단은 당장 민간에 위탁된 11개 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전원협의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비정규직들에게 위험이 떠넘겨지고 직장 내 괴롭힘이 떠넘겨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들에게 보다 더 건강하고 유익한 상담을 해줄 수 있다. 국민을 상대로 상담하고 있는 상담사들이 안전해야 국민이 안전하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호소했다.

상담사 김 씨도 "민간위탁업체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양질의 상담을 하기 어려운 구조임에 틀림없다"며 "고객센터 직영화로 건강보험공단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우리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해서도 돌아봐 주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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