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수 주 동안 우크라이나의 날씨를 예의주시하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기상학자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왜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 #날씨 '에 주목하는 것일까. 기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주요 변수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수백대 포진한 전차·탱크가 국경 너머 진격하려면 ‘단단한 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 #라스푸티차 ( #Rasputitsa )'다.
1941년 11월 진흙에 빠진 차를 밀고 있는 독일군. [사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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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도로 많은 우크라…"장마 때마다 '진흙탕'"
라스푸티차란 러시아어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지에서 봄·가을에 땅이 진흙탕으로 변해 통행이 어려워지는 시기를 일컫는다. 이 시기엔 성인도 종아리까지 빠지는 평균 10~15㎝ 깊이의 #진창 이 형성된다. 핀란드의 켈리리코(Kelirikko)나 미국 북동부 지역과 알래스카의 머드 시즌(Mud Season)처럼 습한 저지대의 해빙기 때 보이는 현상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접경 지역은 비옥한 평야 지대다. 따뜻한 봄이 되면 겨우내 언 비옥토가 녹으면서 이곳은 진흙 범벅으로 변한다. 여기에 봄(3월)·가을(10월)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장맛비는 진흙탕을 거대한 늪지대로 만든다.
우크라이나인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교수는 "도시 내 도로 현대화 작업이 한창인 우크라이나는 도시와 도시 사이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비포장도로 가 흔하다"며 "특히 우크라 동부 지역은 오랜 내전으로 그나마 있던 포장도로 상당수가 파괴된 상황이라 라스푸티차 기간이면 군데군데 #진흙탕 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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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1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마을 거리. [사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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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질퍽해지는 3월 전이 침공 데드라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2월 #침공 '이 유력하게 관측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같은 땅의 특징 때문이다. 러시아가 이를 감안해 3월 말 해빙기 이전, 이르면 2월에 군사 행동을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NYT는 "라스푸티차 기간엔 50t에 이르는 러시아 전차가 진격하기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NYT에 "이곳의 지리적 특성을 잘 아는 러시아는 동장군이 득세하는 1월을 지나 도로가 질퍽해지는 3월 전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데드라인으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팀 마샬 국제지역전문 저널리스트도 CNN에 "기계화된 전차·무기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단단하게 얼어붙은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격에) 가장 좋은 시기는 봄이 되기 전”이라고 예측했다.
‘2월 침공 가능성’을 바이든 행정부가 유력하게 본다는 점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발언으로도 확인된다. 셔먼 부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한 화상 포럼에서 "그(푸틴)가 궁극적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금과 2월 중순 사이에 그가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모든 징후를 확실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2월 4일)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 사실이 러시아의 군사 행동 시점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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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 침략 막았던 라스푸티차…러시아에 부메랑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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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3~4월경 진흙에 빠진 독일군의 군마. [사진 위키피디아]
사실 러시아는 역대 전쟁 때마다 '라스푸티차'를 적극 활용해왔다. 외세의 침략을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 #머드장군 '이라고까지 불렀다.
1941년 2차 세계대전 동부전선에서 나치 독일의 바르바로사 작전 당시 모스크바 진격을 저지한 '1등 공신'은 가을철 진흙이었다. 군마들은 진흙 밭에 발목이 빠져 죽었고, 전차의 하단부 바퀴가 진흙에 헛돌며 진격 속도를 늦췄다. 모스크바까지 160㎞ 남은 상황에서 300만 독일군은 전차 차체 전면부에 통나무 다발을 싣고 다니며 진흙탕을 지나기 전에 다리를 놓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그사이 당시 소련은 전면 방어 태세를 구축해 반격에 나섰고, 결국 나치 독일의 패배로 이끄는 결정타 역할을 했다.
#나폴레옹 이 1812년 러시아 원정에서 대참패를 당한 것도 마차가 지나갈 수 없는 진흙탕이 큰 요인이었다. 그보다 앞선 13세기, 유럽을 침공하려는 몽골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던 노브고로드 등 러시아 일부 지역이 약탈 당하지 않았던 것도 이곳을 둘러싸고 있던 진흙 덕분이었다.
하지만 공수가 바뀐 러시아 입장에선 이제 라스푸티차는 부메랑이 된 양상이다. 지난 14일 미 N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레이첼 매도쇼'는 러시아군이 수년 전 모스크바 외곽에서 진행한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엔 러시아 주력 전차인 'T-90'이 진흙에 빠져 구난 전차를 투입해 이를 끌어내는 모습이 담겼다. 방송은 "군사 장비가 진흙 속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문제는 러시아군에게 최대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CNN은 복수의 정보 당국자들 말을 인용해 "라스푸티차가 우크라이나 최고의 방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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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사력, 기후·지리 영향 최소화할 수도"
미 정부가 기상학자들에게 날씨를 주목하라고 당부한 건 러시아의 '침공 시점'을 예측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러시아의 현대화된 군사력이 기후와 지리의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BC 국제지역전문기자 아이만 모하이딘은 "러시아군은 탱크가 진흙에 빠질까 걱정해야 하지만, 동시에 훌륭한 장거리 포병을 갖췄고 우크라이나군보다 압도적인 공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쉐겔 교수도 "진흙으로 전선의 군인들이 이동하는 데 힘들 수는 있겠지만, 현대의 군사 기술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BC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러시아 병력은 290만명으로, 우크라이나(110만명)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전투기 전력에서도 러시아는 1511대를 보유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98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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